직계비속 증명부터 난항…'서류에 발 묶인' 동포들
신현정 | 발행일 2021-04-02 제5면
'지원사업 참여 힘든' 사할린 동포
'영주귀국 법제화' 특별법 시행후 6월말까지 350명 대상 접수받는데 호적 등 이유 이름 변경에 동일인 증명 못해… "DNA 검사 소용없어"
지난 1990년대 한국에 영주귀국한 사할린 동포 1세 A(90)씨는 최근 정부가 시작한 '사할린 동포 영주귀국 및 정착 지원 사업'을 신청하려 했지만, 신청서류 접수부터 난항을 겪었다.
A씨와 함께 직계비속인 딸 B(65)씨가 정착 지원을 받으려면 어머니와 딸 사이라는 증명 서류를 내야 한다. 이들이 한국으로 영주귀국할때 사할린 동포임을 증명하는 서류로 국적판정을 받았지만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이름을 한국식으로 변경하거나 과거 선조의 호적에 따라 이름이 바뀌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국적판정 당시 제출한 서류의 이름과 현재 여권 등에 기재된 이름이 달라져 동일인임을 증명해야 하는데, 당시의 국적판정 서류를 어느 기관에서도 찾지 못한 것이다.
B씨는 "이름이 달라도 같은 사람이라는 증명 서류를 찾기 위해 정보공개 청구까지 했지만 어디서도 없다 하고, DNA 검사도 소용없다"고 토로했다.
외교부는 사할린 동포의 영주귀국·정착 지원에 대한 '사할린동포지원에관한특별법'을 지난 1월 시행했다. 지난 1992년부터 지침으로 진행한 사할린 동포 영주귀국 사업을 법제화한 것으로, 올해 350명이 지원 대상이다.
지원 신청 접수는 대한적십자사가 지난달 1일부터 오는 6월 30일까지 받고 있으며 사할린 동포는 출생증명서를, 동반가족은 사할린 동포의 직계비속 등임을 혼인증명서 또는 출생증명서 등 관련 서류로 증명해야 한다.
법적 근거를 기반으로 처음 시작된 지원 사업에 사할린 동포들은 크게 기뻐했지만, 사실상 대부분 고령층이라 복잡한 절차를 따르기 어렵고 B씨의 사례처럼 수십년 세월동안 달리진 인적사항을 증명하지 못하면 신청 접수조차 쉽지 않다는 게 동포들의 목소리다.
600여명의 사할린 동포가 모여 사는 안산 고향마을의 노인회장은 "러시아에서는 결혼하면 남편 성을 따르고, 영주귀국 하면서 호적이나 족보를 찾아 변동된 인적사항으로 호적을 바꾸면서 내용이 다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개인정보가 달라졌다는 부분은 본인들이 잘 아는 문제로 러시아에서 가져온 서류와 한국에 와서 받은 가족관계서류 등을 대조하면 충분히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탁을 맡은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서류 보완이 필요하다고는 했지만, 신청을 받지 않은 경우는 없다"면서 "관련 서류를 내서 신청하면 심사하는 과정에서 동일인임은 충분히 대조가 가능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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